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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흔적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 웹툰 <죽음에 관하여>

2021. 4. 27.

작성일자: 2015.06.16 (2nd grade)

 

죽음에 관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선, 그 곳엔 누가 있을까? "가는 길에 심심한데 네 이야기나 한번 듣지"

comic.naver.com

가슴이 답답해지고 왠지 모르게 밤에 읽기가 무서운 웹툰이다. 왜? 왜 무서운가?

자신을 신이라 부르는 남자와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믿지 않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사람, 분노하는 사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신에게 왜 나에게 살 기회를 주지 않았냐고 분노하는 사람에게 신은 이렇게 말한다. “하루에도 30만명이 죽고 태어난다, 그만큼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 죽음은 현실이다. 생각하려 하지 않으면 당신처럼 후회한다. 그저 그것만 알고 있다면 변할 것이다.”

독자는 기대할 것이다. 알고 뉘우치고 깨닫게 된 사람이 결국은 죽지 않고 살아나지 않을까? 그래서 새 삶을 살지 않을까?’ 이 기대를 깨버리고 그 사람은 죽는다. 독자들은 다시금 깨닫는다. 이게 현실이라고.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도 않고 죽음은 어떤 대단하고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 아니라고. 죽음은 삶이자 현실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친구의 마지막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다. 마지막인데 친구가 죽는 모습을 무서워서 징그러워서 보지 못한다. 과연 내가 죽는 모습은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상상 속 죽는 나의 모습은 늙은 모습이다. 과연 내가 늙어서 잠들면서 죽을 수 있을까? 당장 지금이라도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의 마지막에 신은 독자들을 향해 웃는다. 마치 이들을 방관하는 우리를 안다는 듯이.

한 편을 넘어가기가 힘든 웹툰이었다. 그리고 마지막화에서는 그 동안 나온 주인공들의 죽음을 다 보여주는데 정말 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왜 무서운가? 죽음이라는게 그렇다. 죽음을 생각만해도 공포감이 밀려온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무서움, 허무감. 그래서 죽음을 언급하기조차 꺼린다. 죽음은 항상 감추어야 할 대상, 세상의 어두운 곳에 몰아넣어지고 무시된다.

그렇다면 왜 이 웹툰은 '죽음에 대하여'인가?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뻔하게도 죽음을 인지해야 사는 동안 절실하게 꽉 차게 후회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에 기로에 선 사람들이 신을 만나고 깨닫지만 살아나지는 못한다. 그 몫은 독자의 몫이다. 웹툰의 죽은 사람들처럼 살고 죽을 것인지 그저 이들을 방관할 것인지 뭔가 마음속에서 솟아날 것인지.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삶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죽음에 대한 생각 없는 평범한 삶이고, 다른 하나는 당장 내일 죽는 삶이다.” 언제 죽을지 모른척하는 삶과 내일 죽는 삶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제 내가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한 번 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죽음에 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후회한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진심’이라는 마음이 솟구친다. 내 진심을 다해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스스로 돌아봤을 때 죽음의 길에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적어도 오늘밤에 하루를 돌아봤을 때 후회하는 일은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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