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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흔적

한국 출판 문화의 미래 전망: 한강의 <채식주의자>

2021. 5. 18.

작성일자: 2016.10.03 (3rd grade)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007년 출판된 세 편의 연작소설집이다. 그리고 10년 후 지금, 각종 대형서점뿐만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책을 구하기가 힘든 베스트 셀러이다. 출간된 지 10년이나 지난 소설이 다시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제2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맨부커 상을 수상하였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저명한 상을 수상한 작품을 마케팅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상이 외국의, 그것도 유럽 국가 중 영국에서 수상한 작품인 것이 의미가 있다.

채식주의자가 한국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영국에서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과 서양의 의식차이에 있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사람들과 그들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세 편의 소설에서 각각 화자는 일상과 성, 삶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들은 영혜를 잡아먹는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남편과 가족들이 가하는 폭력 아닌 폭력이 영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도 각자의 욕망으로 서로를 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된다. 확실히 한국에서 어필하기 어려운 욕망이라는 소재의 내용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에 의거한 독서를 체득한 사람들은 선과 악, 옛 것과 새로운 것 등 상반된 구분 짓기를 일상적으로 하곤 하는데 채식주의자는 그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서양에서는 ‘나’에 대한 탐구, 본능과 욕망에 대한 생각이 고등학교와 대입에서도 다루어 진다. 그들에게 익숙하고 어필되는 소재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상을 수상하게 된 또 다른 요인은 적절한 번역이다.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는 자신에게 완전히 미지의 언어인 한글을 선택한 후 6년 만에 채식주의자를 완벽히 번역했다. 그래서 이번 채식주의자의 경우가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한국 음악, 드라마, 영화 그리고 문학 작품까지 결국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문화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결국 한글의 세계화를 이루는 것이다.

현재 국내 출판계는 크게 자기계발서, 수험서, 외국번역서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입시 이후로 단절되는 듯 하다. 그나마도 문제 풀이를 위한 부분부분 토막난 지문과 줄거리를 통해 접한 것이 전부이다. 어떤 한 학생이 (가)(나)(다)로 구분된 각기 다른 소설 지문을 한 소설로 착각해 문제를 풀었다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로 전해질 정도이다. 아동, 청소년 출판물이 십 여년 전부터 조금씩 각광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그림책 일러스트의 발전과 함께 한 결과이지 문학 자체의 성장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결국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한국 문학계의 도약이 필요하다. 독자들은 정직하다. 재미있으면 읽고 재미가 없으면 관심이 없다. 또한 재미있는 스토리는 국내외로 어필될 수 있다. 출판계가 한국 신인 작가 발굴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순수 문학을 기피하려는 문인들의 경향을 인지하고 그들을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숨은 작품들을 살펴 채식주의자의 경우처럼 재조명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채식주의자의 경우 재 번역이라는 계기로 상을 받고 인기를 끌게 되었듯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번역 또한 문학 자체의 질을 높이고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결국 출판 산업과 순수 문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상호 보완적이고 함께 발전해야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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